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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나이를 어떻게 측정할까?
생물종에 따라 수명이 다른 걸 볼 수 있습니다. 즉, 자신이 가진 유전정보에 따라 수명이 정해져 있음을 알 수 있죠. 그런데 같은 종 안에서도 개체마다 수명이 다르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습니다. 사람의 경우도 각 개체마다 노화의 정도가 다르고 심지어는 일란성 쌍둥이의 경우도 수명이 다른 것을 볼 수 있죠. 이와 관련하여 노화가 유전자의 서열 뿐 아니라 DNA의 화학적 변형(후성유전학적 변형, epigenetic change)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이 밝혀져 있습니다. 따라서 후성유전학적인 변화와 실제 나이와의 관계를 알아보고자 하는 시도들이 있었고, 오래전 2013년 발표된 Horvath의 논문(1)에 따르면 DNA 메틸화 정도는 실제 나이와 거의 비례해서 증가한다는 사실을 알아냈죠. 배아 시기나 유도줄기세포에서는 거의 0에 가깝게 나오고, 나이가 듦에 따라 조직이나 세포의 종류에 크게 상관없이 증가하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즉, DNA 메틸화 정도를 측정하면 거의 정확하게 실제 나이를 맞출 수 있다는 것이죠. 또한 일찍 늙게 되는 조로증(progeria) 환자의 경우 정상인과는 전혀 다른 DNA 메틸화가 일어난다는 사실도 보고했습니다. 그런데 후성유전학적인 변화는 환경과 관계가 깊습니다. 그 말은 사람의 경우도 환경에 따라 DNA 메틸화 정도가 느리게 진행될 수 있다는 것이고 그렇다면 무병장수를 바라는 사람들의 입장에선 어떻게 하면 DNA 메틸화를 줄일 수 있을까를 생각하게 되겠죠. 아래 소개된 논문은 이제 단순히 생물학적 나이를 알아 맞추는 수준에서 각 개인이 노화된 정도를 DNA 메틸화 정도로 측정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제 노화를 예방하는 약의 효과를 알고 싶다면 실제로 그 효과를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이 생긴 셈이죠. 하지만 이 방법은 빅데이터를 분석해서 얻은 결과로 이유를 밝히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즉, 식품이나 의약품을 통해 인위적으로 DNA 메틸화를 조절한다고 과연 그 사람의 건강 상태와 수명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을 지는 알 수 없다는 거죠. 각 개인의 노화 정도를 측정할 수는 있겠지만 건강 상태나 수명을 예측하는 방법으로 사용되기 까지는 좀 더 설득력 있는 인과관계가 밝혀져야 할 것 같군요.

얼마전 킴 카다시안(Kim Kardashian)의 쇼 프로인 The Kardashians in Los Angeles, California에서 그녀의 가족들은 “생물학적 나이”를 측정하는 혈액검사 체험을 하게 된다. 카다시안의 실제 나이는 43세지만 DNA에 적힌 화학적 지표-즉, 후성유전학적 변화-는 34세에 해당하는 값이 나왔다. 그녀의 몸은 대부분의 다른 사람들에 비해 18%나 늦게 나이가 든 것이다.
이런 리얼리티쇼에 대해 찬사와 걱정이 섞인 복잡한 기분은 인터뷰했던 연구자들의 공통된 반응이라고 할 수 있다. 어찌 되었든 이런 쇼프로를 통해 대중들이 사람의 신체가 얼마나 빨리 늙어가는지 측정하는 방법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런 시도에도 불구하고 이런 바이오 마커(biomarker)들은 태생적 문제를 지니고 있다. 이는 상업적 시도 들에만 있는 것이 아니고 연구자들의 실험이나 논문에서도 볼 수 있다. 무엇으로 검증 하냐는 것이다. 단순히 나이들어 죽는 날자를 역추적하여 검사법의 타당성을 밝히는 것이 올바른 방법일가? 또한 만약 나이를 정확하게 측정하였다 하여도 이에 대한 대책은 단순히 지표를 젊게 만드는 방향으로 진행되는 것이 올바른 방법인가? 하는 것이다.
현시점에서 이 분야에 대한 관심은 아주 뜨겁게 달아오른 상태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자선단체인 Hevolution Foundation은 노화에 관한 유효한 바이오마커를 개발하는 데에 4천억 달러를 투자했다고 the US Advanced Research Projects Agency for Health에서 발표가 있었고 XPRIZE Health span이라는 단체에서는 노화와 관련된 상태에 대한 치료법을 발견하는 경쟁을 통해 수명을 늘리는데 기여한 공로로 7년 동안 일천일억 달러를 상금을 책정하였다고 한다.
노화를 측정하는 방법은 이미 많이 나와 있다. 현재 Altos Labs in Cambridge, UK의 유전학자인 Steve Horvath는 이미 십 년 전에 후성유전학 시계(epigenetic clock)를 만들었다. 그는 7,800개의 시료를 이용하여 유전체의 어느 부위에 메틸화가 일어나는지 조사했다. 메틸화는 유전자의 발현을 조절하는 DNA의 화학적 변화이다. 그는 이 데이터와 참가자들의 나이를 입력하여 machine-learning방법으로 분석하였다. 그 결과 353개의 메틸화부위가 참가자들의 나이와 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 내었고, 이 중 어떤 부위는 메틸화가 늘어났고 어떤 부위는 줄어들었다. Chen에 따르면 이 방법은 이 후 실제 달력상 나이를 짐작하는데 사용될 정도로 정확했다. 하지만 Chen과 같이 일했던 Horvath에 따르면 이 방법으로는 이 사람이 얼마나 건강하게 살지 또는 얼마나 살지를 짐작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이에 Horvath의 팀은 새로운 방법을 모색하게 되었고, 메틸화와 다른 건강관련 지수들과의 관계를 찾게 되었다. 말하자면 백혈구 지수 또는 혈당량 또는 염증관련 단백질의 혈중 농도 등이다. 이번 시도의 목적은 단순히 얼만큼 살았는 가를 아는게 아니라 사람의 건강과 수명을 예측 하자는 것이다.
이 검사에서 젊게 나타나는 사람들은 생활방식과 관련된 경우가 많았다. 즉, 높은 임금, 과일이나 채소를 풍부하게 먹는 것 등이다. 더 늙게 나타나는 경우는 담배, 심장질환 고위험성 등이 연관된 경우가 많았다.
Moffitt과 동료들은 한발 더 나가 같은 참가자를 추적하여 몇 년 뒤에 이들의 건강상태에 대한 데이터를 재수집한 것이다. 이를 통해 단순히 현재의 상황뿐 아니라 나이가 신체에 미치는 영향을 예측할 수 있는지를 알아보고자 한 것이다. “이는 천천히 일어나는 생물학적 노화 과정을 잡아내는 겁니다.”라고 Moffitt은 말했다.
하지만 이 검사의 생물학적 근거는 사실 잘 모른다. 이 검사에서 나타난 건강상태와 메틸화의 양상과의 관계에 관한 기전은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이런 검사는 단순히 빅데이터에서 얻어낸 결과를 이용한 것으로 그 인과관계에 대한 정보는 없는 셈이다. “왜 메틸화가 증가하면 무언가가 잘 못 될까요?” Horvath는 “무슨 의미일까요?”하고 묻는다.
대부분의 다른 검사들은 분명한 연관관계를 볼 수 있다. 특정한 단백질이나 대사 물질의 증가는 연구자들로 하여금 어떤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는 결론을 짓게 해준다. “이게 제가 대사체학(metabolomics)를 택한 이유입니다.” Leiden University Medical Center in the Netherlands의 분자역학자인 Eline Slagboom의 말이다. 대사체학은 생물체 조직의 모든 대사물질을 분석하여 검사하는 것이다. “특정한 지표물질이 있다면 이게 염증 관련 물질인지, 지질대사 관련 물질인지, 포도당대사 관련 물질인지 판단해서 이 물질이 중요한지를 조금이나마 알 수 있죠.”
Slagboom과 그녀의 동료들은 MetaboHealth라는 검사를 만들었고 이는 사망에서 질병에 관계가 있는 14가지 대사체를 조사하는 것이다. 또 다른 경우는 단백질을 기초로 한 검사법이다. 영국의 한 팀은 약 45,000명으로부터 얻은 데이터를 이용해 개발된 것으로 약 200가지 혈액 단백질을 조사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일부 연구자들에겐 아직 분자 마커가 없다고 할 수 있다. 사람의 건강한 수명연장을 위한 치료나 조정 또는 생활습관의 변화를 위해서는 적절한 측정 장치가 있어야 한다. Grand Junction, Colorado의 노화학자이나 XPRIZE Foundation in Culver City, California의 부원장인 Jamie Justice의 말이다. “혜택이란 한 인간의 기능, 감정, 생존에서의 혜택을 말하는 겁니다.”-단순히 DNA상의 화학성분의 구성을 얘기하는게 아니죠, 라고 말한다. XPRIZE Healthspan Programme의 실험적 치료법들의 평가는 단순히 후성유전학적 변화를 가지고 평가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대신 근육의 힘이나 인지능력, 그리고 면역력과 같은 요소에 집중할 겁니다.
이 상은 여러 팀들이 데이터와 시료들을 규격화된 방법으로 모으는 형태로 만들어질 것이다. 또한 공정성이 이 데이터들을 이용해 유용한 바이오 마커를 개발하고 검사하는 이 갱쟁의 자금을 모으는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한다. “저는 바이오 마커를 좋아합니다.” 그녀의 말이다. “좋아하기도 하지만 미워하기도 하죠. 왜냐하면 이게 실제로 개발하기가 너무 어렵다는 걸 알기 때문입니다.”
실효성을 찾아서
과학자들은 자신의 연구 결과들이 실제 임상에서 사용되려면 얼마나 많은 심사과정이 필요한지 알게 되면서 위축되기 마련이라고 Harvard Medical School in Boston의 컴퓨터생물학자인 Mahdi Morqri는 말했다. 이런 검사는 다양한 집단에서 반복적으로 임상에서 활용될 수 있는 특정한 환경에서 시험되어야 한다. 40-50대 사람들의 데이터를 이용해서 만들어진 노화에 대한 바이오 마커는 노쇠하여 이미 여러 건강문제를 안고 있는 80대와는 관계가 없을 것이다. Slagboom의 말이다. “우리는 개발한 바이오 마커를 좀더 좋게 선전하려는 경향이 있죠.” “하지만 무엇을 위한 선전이죠?”
소위 노화연구는 그 동안 잘못된 인상을 주고 있어요. 환경이나 집단의 특성에 상관없이 모두 잘 검사가 적용된다는 인상을 준거죠. Moqri에 따르면 비록 후성유전학적 시계가 여러 연구에서 사용되고는 있지만 아직 그 실효성을 충분히 검사한 것은 아니라고 한다. 이 검사를 시행하는 사람들은 검사법이 실제보다 훨씬 발전되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또한 이 분야에서 이 방법이 실제 나이를 측정한다는 의견에 대해 이견들이 있다. 이 ‘생물학적 나이(biological age’를 일반 방송이나 연구에도 많이 활용하긴 하지만 2024년 연구에 따르면 이 말의 의미조차 의견 일치를 보지 못한다고 한다. 노화에 관한 학술대회에 참가한 100여명의 참가자 중 30%가 노화에 대해 나이가 듦에 따라 기능이 감소하는 것이라고 했고 다른 이들은 손상이 누적되는 것이라고 했고; 발생의 한 단계; 장애의 증가와 죽음 이라고도 했다. “노화를 생물학적으로 정의하는 것은 모든 것을 고려해야 하는 일이죠.” Leiden University Medical Center의 생물통계학자인. Marije Sluiskes의 말이다.
노화에 대한 정설이 없다보니 후성유전학적 시계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도 복잡하다. 임신한 여성에 대한 최근 연구를 보면 임신과 함께 약 2년 정도의 노화가 진행 되는데, 출산 후 DNA 메틸화로 보면 도리어 출산 후가 임신했을 때보다 더 젊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노화의 가속과 감속은 임신에 따른 생리적 현상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즉, 임신 후 생기는 스트레스와 면역계의 변화 때문일 수도 있는 것이다. Kaeberlein의 말이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25세-7세까지 108명을 대상으로 대사체를 비롯한 단백질과 미생물까지 조사한 실험이 있었다. 연구자들은 분자적 마커가 일정하게 바뀌는 것이 아니고 한꺼번에 일어난 다는 것을 알아냈다. 이들에 따르면 40대 중반, 그리고 60세가 되었을 때 변화가 급격하게 일어난다고 한다. 몇몇 언론에서는 이 시기를 노화촉진기(accelerated aging)라고 대서특필하기도 했다. 하지만 저자들은 다른 요인에 의한 것일 수도 있다고 했다. 예컨데 이런 나이 때에 생기는 행동변화나 사회적 변화 때문일 수 있다는 것이다.
Chen에 따르면 작은 표본수 또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한다. “60대 중 일부는 40대와 같게 나타난 경우도 있다.”고 했다. 이 검사의 신빙성 또한 문제가 된다. 2022년도 연구에 따르면 연구자들이 주로 사용하는 6 가지 후성유전학적 시계들 간에 같은 시료에 대해 크게는 9년 정도 차이를 보여주었다. 연구자들 간에는 많은 시료를 다루며, 실험 디자인이나 통계 처리법이 달라 이런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같은 사람이 이런 결과를 낸다면 어떻게 믿겠는가? 실제로 Kaeberlein은 몇몇 시료에 대해 똑 같은 실험을 시행한 결과도 일치하지 않은 결과가 섞여 나왔다고 한다.
이에 더해 검사의 결과에 따른 대처 방법 또한 제시되어 있지 않다. 사람에 따라 후성유전학적 결과에 고무되어 지나치게 자신의 건강을 믿게 되거나 또는 반대로 결과에 실망하여 스스로 포기해 버리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회사들이 그런 결과까지 책임질 수는 없지만 단순히 참고자료 정도로 제공하기엔 비용도 만만치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이 사업을 처음 시작한 Chen의 경우 보험회사에 이런 후성유전학적 나이가 젊을 경우 혜택을 줄 가능성이 있는지 타진해 보았다. 하지만 문제는 만약 자신이 생각했던 것 보다 나이가 많게 나오면 보험금을 더 낼 것인가 하는 문제와, 대부분의 사람들이 결과가 좋지 않으면 화를 내고 “당신의 검사는 틀렸어요.”라고 주장하기 때문에 상업화하기가 어렵다고 생각했다.
보험회사에서도 다른 건강 지수에 비해 후성유전학적 지표가 더 많은 정보를 준다고 여기지는 않았다. 결국은 무슨 지표던 이유가 있어야 하고 이를 설명할 수 있는 기전이 밝혀져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결국 후성유전학이던 대사체학이던 생물학적 나이를 추정하는 것은 앞으로 그 인과관계와 기전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이글은 아래의 기사를 발췌 편역한 것입니다.>
Heidi Ledford, 2025, What molecular aging ‘clock’ can tell you about your helth. Nature Feature 638:874-876.
<원 기사의 참고문헌>
1. Horvath, S. Genome Biol. 14, 3156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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