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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깨는 호르몬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술을 마실 기회가 많아집니다. 물론 학창시절에도 처음 술을 마시고 자신의 행동이 변하는 새로운 경험을 한 일들이 많을 것입니다. 그래서 술 마시기 전에 여러 가지 술에 취하지 않는 약품(??)들을 챙겨먹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 효과가 있는 건지 위약효과인지는 자신도 잘 모를 겁니다. 각종 음주 사고를 보면서 술에 취하지 않게 하는 약물들이 빨리 개발되야 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사실 이런 약들은 이미 오래전에 개발되었고 시판도 되었었습니다. 그런데 왜? 지금은 없냐구요? 사실 알코올은 행동에도 변화를 주지만 간이나 위장, 신장 등에도 큰 부담을 줍니다. 정신이 꺠어 있다고 해서 술에 안전하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라는거죠. 안취했다고 건강에 영향이 없는건 아니니까요. 비단 알코올과 같이 사회적으로 많이 소비되고 친숙한 물질 뿐 아니라 인간의 행동이나 생각을 바꾸는 여러 약품들에 대한 연구는 꾸준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런 연구들이 나중에 어떻게 응용이 될지는 모르지만 분명 제약회사들에겐 아주 큰 시장이 앞에 놓여 있는 셈이죠.
술깨우는 호르몬: FGF21
호르몬으로 술을 깬다: 동물실험
알코올 섭취에 자극받아 나오는 호르몬이 각성과 경각심을 증가시켜 술에 취한 생쥐를 회복시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섬유아세포 생장인자21(Fibroblast Growth Factor 21, FGF21)은 사람이나 생쥐 모두에서 굶거나 알코올섭취와 같은 대사성 스트레스에 의해 발현이 유도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동물실험에서 FGF21은 알코올을 덜 먹게 하고 물을 많이 마시게 한다. 이는 자연계에서 과일발효 등 자연적으로 생성된 알코올을 섭취했을 때 작은 동물들이 겪을 수 있는 위기상황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다.
이제 과학자들은 이 호르몬의 또 다른 작용을 발견했는데: 이 것이 없으면 술 취한 생쥐가 다시 운동능력을 회복하는데 보다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 알려졌다. 이는 지난 3월 7일 Cell Metabolism에 발표된 것으로 뇌줄기의 각성과 경각심을 관장하는 노르아드레날린성 신경(noradrenergic neuron, 노르에피네프린을 신경전달물질로 생산하는 신경)들을 통해 이루어진다. 이는 알코올 독성을 완화시키는 치료에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저자들은 주장한다 - 다른 전문가들은 알코올에서 “깨다”라는 말을 사용할 때는 조심해야 한다고 주의한다.
이 연구를 주도한 UT Southewstern Medical Center의 David Mangelsdorf와 steven Kliewer는 FGF21 knockout mice(FGF21 유전자가 없는 생쥐)를 만들어 정상적인 생쥐와 함께 사람으로 치면 완전히 취해 쓰러질 정도의 알코올에 노출시켰다. 그 다음 이들이 깨어나는데 걸리는 시간(뒤집어 놓았을 때 완전히 취한 생쥐는 그대로 있는데 정신이 들면 본능적으로 본 위치하는데까지 걸리는 시간)을 비교해보았다. 그 결과 FGF21유전자가 없는 생쥐는 정상 생쥐에 비해 약 2시간 정도 늦게 깨는 것으로 나왔다(3.9시간대 5.8시간 후).
이 연구팀은 FGF21을 외부에서 투약했을 때 회복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단축되는지도 조사했다. 결과는 높은 농도의 FGF21을 투여했을 때 약 1.5시간 단축되는 것으로 나왔고 이때 혈중 알코올 농도는 차이가 없었다. 즉, 알코올 분해 능력이나 배설 능력에 영향을 준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런 FGF21의 효과는 FGF21 수용체가 뇌의 청반부위(locus coeruleus부위)의 노르아드레날린 분비 신경세포에서 발현되지 않게 만든 생쥐에서는 나타나지 않았다. 이 뇌줄기 부위는 각성과 경각심, 주의력을 주관하는 부위이다. 따라서 이 연구 결과는 FGF21의 효과가 나타나기 위해서는 이 신경세포들이 FGF21에 반응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알려주었다.
같은 효과가 사람에게서도 일어날지는 아직 모른다. 이를 사람에게 적용할 지에 대해서는 연구자들에 따라 의견이 분분한 것 같다. 이는 예전에 술 취하지 않게 하는 약품들이 시판되었을 때도 발생했던 일이다. 즉, 알코올 성분의 분해를 통해 정신적으로는 멀쩡해 지지만 사실 알코올은 신경에만 영향을 주는 건 아니다. 그러다 보니 간이나 그밖에 다른 장기에 좋지 않은 영향을 주어 도리어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게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연구는 꼭 알코올에 국한된 연구는 아니라고 본다. 각성과 주의력 등은 인간의 정신 능력 중에 중요한 부분이고 인간의 주의력이 떨어졌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사고들을 미연에 방지하거나 줄일 수 있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이글은 아래의 기사를 번역한 것이고 일부 내용을 첨가하였다.>
The Scientist, Hormones sobers up drunken mice: study. Alejandre Manjarrez Ph.D. Mar 8,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