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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의 놀라운 능력: 자신의 면역계를 갖고 있다.
우리는 아직 우리 몸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많습니다. 특히 면역반응과 같이 몸의 상태는 물론 다른 생물에 반응하여 작동하는 생리현상은 아직도 정확한 기작을 모르는 경우가 많죠. 피부는 항상 면역학의 제일 처음에 나오지만 단순히 물리적 장벽의 역할을 하는 정도로 가르쳤는데 이젠 다시 생각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사실 피부는 우리 몸에서 가장 큰 기관입니다. 또한 아주 민감해서 몸이 조금만 피곤해도 금방 표시가 나죠. 민감한 사람은 상대방의 피부만 잘 살펴봐도 몸이나 마음의 상태를 알 수 있을 정도 입니다. 피부계는 상피와 결합조직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신경계, 근육계와 순환계가 모두 존재하는 복잡한 기관이기도 하죠. 아래 소개한 글은 여기에 더해 피부가 면역세포들이 활동하는 면역기관(림프절)과 같은 역할을 한다는 내용입니다. 이 연구에 따르면 피부는 단순히 우리 몸을 둘러싼 견고한 물리적 방어벽의 역할만 하는게 아니라 외부 침입에 대항하여 후천성 면역 반응까지 일으킬 수 있는 면역계의 일원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또한 직접 피부를 뚫고 들어와 공격하지는 않는, 즉 피부에 붙어 사는 미생물들에 반응하여 T 세포, B 세포들을 불러들이고 항체도 만들며 기억세포도 만들어 2차 면역반응을 유도할 수 있다는 얘기 입니다. 아래의 글에서 얘기하듯이 만약 피부에서 자라는 박테리아에 의해 이런 면역반응이 충분히 강하게 일어난다면 앞으로 몸에 바르거나 문신으로 처리하는 백신이 나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mRNA 백신 이후 새로운 4세대 백신이 나올 수 있을까요?

어쩌면 바늘이 필요 없는 백신 개발이 가능하다.
피부는 한때 단순한 방어벽 정도로 여겨졌지만 사실 스스로 항체를 만들어 감염원과 싸울 수 있음이 최근의 Nature 논문들에 의해 밝혀졌다. 이번 발견은 어쩌면 피부에 적용할 수 있는 바늘이 필요 없는 백신의 개발에 길을 열었다고 볼 수 있다.
과학자들은 이전부터 감염상황에서 피부에서 면역반응이 일어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비슷한 반응이 건강한 피부에서도 일어나고 있다는 것은 “놀랍다”고 the University of Pittsburgh in Pennsylvania의 피부-면역학자인 Daniel Kaplan이 말했다.
두 가지 기능
면역반응은 신체에 들어온 유해한 병원균들과 싸워야 하지만 유익한 미생물을 공격하지는 말아야 한다. 예전의 과학자들은 멸균상태에서 자란 생쥐들의 피부표면에 사람의 피부에서 볼 수 있는 Staphylococcus epidermidis가 콜로니를 형성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런 장기간의 서식은 특정 면역 세포, 즉 T 세포의 생성을 유도할 수 있었고 이는 국부적인 면역력에 도움이 되었다.
“이 이야기의 다음이 중요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데, 이런 특이한 피부 서식균에 대한 반응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강하다는 것입니다.” Stanford University in California의 면역학자이며 두 논문 모두에 공저자이기도 한 Michael Fischbach의 말이다.
“일반적으로 면역계는 무해한 박테리아를 만나면 그냥 상냥하게 손을 흔들며 지나갈 것이라고들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라고 설명한다.
National Institute of Allergy and Infectious Diseases in Bethesda, USA의 점막 면역학자인 Inta Gribonika와 그녀의 연구진들은 생쥐실험을 통해 이 S. epidermidis가 항체를 만드는 B 세포의 활성화를 유도하였고, 실제로 이 미생물에 대한 항체를 만들어 적어도 200일 동안 유지되는 것을 보여주었다.
피부는 면역반응에 중심적인 역할을 하는 림프절이 무력화된 경우에도 이런 면역반응을 보여주었다. S. epidermidis의 존재는 항체형성을 촉진하는 T 세포와 B 세포를 유인하는 특수한 면역구조를 형성하기도 했다.
면역 기억
백신은 면역계를 - T 세포, B 세포, 그리고 항체가 포함된다- 특정 병원체를 기억하도록 가르쳐서 다시 침입한 병원체를 빨리 인지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여기에 근거하여 이 연구진은 무해한 S. epidermidis에 의해 형성된 면역반응을 새로운 형태의 백신 개발에 활용할 수 있는지 알아보았다.
두번째 논문에서 Fischbach와 그의 동료들은 S. epidermidis가 백신과 같이 항체형성을 유도할 수 있음을 밝혔다.
이를 응용하여 S. epidermidis의 막 표면에 파상풍독(tetanus toxin)과 같은 외부 단백질의 일부를 발현시키면 이에 대한 면역반응을 혈액이나 코의 점막(mucosal membrane)에서 유도할 수 있었다. 그 결과 이렇게 면역이 유도된 생쥐는 치사량에 해당하는 파상풍독을 흡입해도 살 수 있었다.
점막 백신
Fischbach의 연구는 점막 지역의 항체를 유도하는 백신개발에 일환으로 이루어 졌다. 이런 종류의 방어는 호흡기 또는 다른 감염병이 시작되기 전에 막을 수 있고 병의 전염을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이 백신의 또 다른 장점으로는 유전자가 조작된 S. epidermidis는 크림처럼 피부에 바르기만 해도 된다는 것이다. 이런 백신은 가격도 싸고 보관도 쉬울 것이라고 한다. 더구나 이는 꼭 의료인이 아니어도 처리가 가능하여 의료시설이 낙후된 지역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S. epidermidis를 이용한 백신치료법은 진행중이라고 한다. Harvard Medical School in Boston의 피부 면역학자인 Thomas Kupper는 “이런 발견을 응용하는 아주 창조적인 방법이죠.”라고 말했다.
하지만 Kupper는 일반인에서 S. epidermidis에 대한 피부 반응이 생쥐에서처럼 강할 지는 아직 모른다고 첨언했다. Fischbach는 초기 연구에 따르면 건강한 사람들의 경우 S. epidermidis에 대한 항체 수준이 높다고 한다. 하지만 이 백신이 사용되기 전에 일반적인 의약품 개발이 그러하듯이 안전성과 효율성을 입증해야 할 것이라고 한다. “만약 이것들이 실제로 사용되려면, 실제로 작동한다는 걸 보여주어야 하겠죠.”라고 말을 맺었다.
<이글은 아래의 기사를 번역한 것입니다>
Giorgia Guglielmi, 2024, The skin’s ‘surprise’ power: it has its very own immune system. Nature News 13 December 2024. doi: https://doi.org/10.1038/d41586-024-04068-9
<REFERENCES>
1. Gribonika, I. et al. Nature https://doi.org/10.1038/s41586-024-08376-y (2024).
2. Bousbaine, D. et al. Nature https://doi.org/10.1038/s41586-024-08489-4 (2024).
3. Naik, S. et al. Nature 520, 104–108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