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124

어떻게 조그만 기생 생물이 숙주를 좀비로 만들어 조정하나.

어떻게 조그만 생명체가 마음을 조정하고 좀비를 만들며 생태계에 영향을 미칠까?

생물을 공부하다 보면 희한한 방법으로 살아가는 생물들이 많습니다. 꼭 이렇게 까지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죠. 자신의 새끼들에게 잡아 먹히는 거미나 사마귀가 대표적인 예라고 생각됩니다. 인간으로서는 이해가 안가는 삶의 방식이죠. 하지만 지금까지도 이런 방식으로 이들 종의 영속성은 이어져 가고 있습니다. 진화적으로 전혀 이상할 게 없는 겁니다. 아래에 소개한 글은 기생 생물들에 대한 책, Rise of Zombie bugs,과 내용을 일부 소개한 글입니다. 가끔 자연계 생물들의 삶을 보면 인간의 세계에서도 비슷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찌 보면 냉혹하고 무자비한 세계라고 할 수 있는데, 반대로 자신의 자손을 위해 스스로를 희생하면서 자손의 번창을 위해 기꺼이 몸을 바치는 것을 보면 숙연한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인간은 자기 자신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다른 생물들의 삶에는 관심이 없는 것 같습니다. 심한 경우엔 다른 사람들이나 자신의 가족들에게 조차 박절하게 대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게 만물의 영장이 맞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인간이 만들어 놓은 많은 규칙과 삶의 방식들이 동물들이 보기엔 도저히 이해가 안 갈 껍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인간이 세상을 지배하고 힘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고 이는 인간만이 가진 문명의 힘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인류 문명의 정점이 어디가 될지는 모르지만 과학을 이해하지 못하고는 다다르기 어려울 것입니다. 인류의 집단 이성을 위해 그리고 올바른 방향을 잡아 나가기 위해 이제는 과학의 발견과 성과를 대중과 공유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과학자도 필요하지만 과학을 이해하는 작가들이 필요한 것이겠죠.

Mindy Weisberger의 책, Rise of Zombie bugs,에는 좀비를 만드는 기생생물과 숙주 간에 복잡하고 섬뜩한 관계가 잘 묘사되어 있다.

지구상 거의 모든 곳에는 조그만 좀비들이 풀밑을 돌아다니기도 하고 공중을 날라 다니기도 한다. 브라질에서는 균류가 개미의 뇌를 지배하여 하루 주기와 사회적 행동을 바꾸기도 한다. 영국에서는 바이러스가 애벌레로 하여금 지붕 꼭대기로 올라가 천천히 녹아 내리도록 만들어 아래쪽 잎새에 흘러 내리게 만들기도 한다. 인도네시아에선 기생 말벌이 바퀴벌레에 특이한 독을 주입하여 그들의 새끼를 위한 완벽한 숙주로 만들어 버린다.

그녀의 신간, Rise of Zombie bugs,에서 프로급 과학광이라고 자칭하는 Mindy Weiberger는 독자들을 뇌를 조정하는 기생생물들의 동물원으로 안내하고 있다. 그리고 이 기이한 생물들을 연구하며 평생을 살아온 과학자들도 함께 소개하고 있다. 이 신비한 생물들에 대한 생생한 이야기는 과거 상상속 생명체들과 맞먹을 정도이며, Weisberger는 진화, 생태, 신경과학, 그리고 분자생물학까지도 살짝 맛 보여준다. 그녀는 침침한 강의실이나 건조한 교과서에서나 존재하던 것들을 보여준다: “과학은 어느 것이든 어디에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늦게 핀 사랑

Weinsberger는 오늘날 분명 이 주제에 빠져 있지만 언제나 과학에 관심이 있던 건 아니다. “제가 영화학교에 다닐 때는 장래에 펑키 음악 비디오를 찍을 거라고 생각했죠.”라고 그녀는 말했다. “제가 미국 자연사박믈관(the American Museum of Natural History, AMNH)의 전시팀에서 일하면서 어떻게 과학이 작용하는지 이면을 보게 되었고, 이때가 바로 유레카의 순간이었어요. 그때 과학이 정말 쿨하고 재밌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왜 아무도 나한테 이걸 말 안했지?”라는 생각이 들었죠.

일단 과학이라는 벌레에게 물리자 그녀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20년 이상을 과학 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 일했다. 그녀는 처음 AMNH에서 일하면서 개미를 좀비로 만드는 균류에 대해 알게 되었고 이 공포영화에나 나올 괴물의 실제 모델에 즉각 마음을 뺏기게 된다. “이건 제가 늘 그려온 그런 류의 과학 이야기 입니다. 대부분의 경우 수 백 만년에서 수 억년 전에 진화해온 정말 놀라운 적응이라고 할 수 있죠, 하지만 사람들에겐 이런 삶의 방식이 이상하게 보이는 거죠.” Weisberger의 말이다.

Weisberger가 과학에 매료된 것처럼 그녀의 Zombie bugs 책은 네덜란드의 Natualis Biodiversity Center에 위치한 박물관에서 시작되었다. 이 박물관은 공룡화석, 수 백만 종의 나비 표본 그리고 엄청난 식물표본실을 뽐내고 있다. 하지만 Weisberger는 이들을 보려고 간 것은 아니다. 그녀는 고정액에 담긴 다양한 종류의 기생생물들을 보기 위해서 이다. 그녀는 특히 Leucochloridium에 흥미가 있었다. “이 벌레는 달팽이에 기생해서 소위 디스코-눈을 가진 좀비로 만들어 버리죠.”라고 그녀는 설명했다.

많은 기생 생물들이 하나의 숙주에서 전체 생활사를 다 마치는데, Leucochloridium의 경우는 좀 더 복잡한 -그리고 무서운- 생활사(life-cycle)를 갖습니다. 이 기생충에 감염된 새들은 Leucochloridium의 알을 그들의 배설물에 섞어 내보냅니다. 이게 불운한 달팽이에게 들어가는 거죠.” 그녀의 설명이다.

“이 벌레의 유충은 달팽이의 조직을 따라 눈자루(eyestalk)으로 이동하고 거기에 유충 주머니를 만들죠. 그 안에는 수 백마리의 유충들이 있습니다. 이제 이 유충들은 생활사를 마치기 위해 새에게로 돌아가야 합니다. 평소에 이 숙주는 안 먹히기 위해 노력하는데 이 기생충은 아직 밝혀지지 않은 기전을 통해 숙주의 이런 행동을 바꿀 수 있습니다. 감염된 달팽이는 훨씬 활동적으로 바뀌고 높고 밝은 끝자락을 선호하여 새에게 먹힐 가능성을 높이는 거죠. 새들을 더 유혹하기 위해 유충 주머니의 줄무늬가 마치 디스코장의 조명처럼 빠른 속도로 요동치기 시작합니다. 과학자들은 그 이상하게 요동치는 눈자루는 맛있는 애벌레를 닮았다고 생각합니다. 새들이 이 미끼를 물면 기생충이 장에 들어가 살게 되고 성충으로 성장하고 번식을 하면 또 다른 생활사가 시작되는 겁니다.”

책을 통해 Weisberger는 좀비 현상이 불편하게 느낄 정도로 만연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초파리, 개미, 벌, 애벌레들, 거미, 메뚜기, 그리고 무당벌레까지 이 작고 기생하는 인형놀이의 달인에 의해 희생양이 될 수 있다. “좀비화는 다양합니다.”Weisberger는 말을 이었다. “각각의 예들은 정말 재미있습니다. 하지만 함께라면 여기에 재미있는 사실을 더할 수 있습니다. 과연 무엇이 행동을 조정하는 건가? 왜 이런 방법이 효율적일까? 왜 그렇게도 많은 생물들이 이런 방법으로 살아갈까?”

이 질문들에 대한 대답이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물을 이해하고 어떻게 이런 이상하고 놀라운 형태로 남아있게 되었는지 이해하는데 큰 부분을 차지할 것이다. 특별한 관계와 정교한 수준의 조정이 가능하게 만든 기전을 연구하는 것은, 그녀의 말에 따르면 “생명체가 어떻게 진화했는지 적응했는지 그리고 진화가 택할 수 있는 수많은 종류의 생활사와 방법들을 이해하는데 중요합니다.”

좀비 생물을 움직이다.

좀비를 연구하는 것은 좀 더 확실한 목적이 있을 수 있다. 왜냐하면 이들을 좀비화 시키는 화합물들은 특정 숙주에 특화된 정밀한 조절 능력을 갖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이를 이용해 벌이나 다른 생태계의 중요한 곤충들을 건드리지 않고, 해충이나 침투 종에 대해 좀더 환경 친화적 방제 전략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좀비화 시키는 생물체에서 얻어지는 생체활성 물질은 의학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보석말벌(emerald cockroach wasp)의 독은 바퀴벌레의 뇌 속 도파민 수용체에 작용하여 운동에 영향을 미치는데 이를 이용해 움직임에 장애를 일으키는 파킨슨병의 새로운 치료제를 만드는데 사용되기도 한다. 그리고 Ophiocordyceps unilateralis 라는 균류는 개미를 좀비로 만드는 것으로 유명한데 이들도 포유류의 신경계에 영향을 주는 2차 대사체를 만든다.

그런데 과학 자체가 중요할 수 있지만, 과학 소개하기 자체도 생각이나 사회를 만들어가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저는 사람들이 원래 호기심이 있다고 생각해요.” Weisberger가 말을 잇는다. “제 생각에는 불행하게도 호기심이 잘못된 방향으로 갈 수 있는 수 많은 나쁜 길들이 존재하고, 그 결과를 현재 우리가 많이 보고 있는 겁니다.”

현재는 그 어느때 보다 과학 정보가 중요한 시기이다. “기초과학의 문헌들이 현대사회를 만드는데 필수적인 요소입니다. ---또한 우리 삶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단순히 각 개인간의 관계뿐 아니라 우리를 둘러싼 전세계와의 관계를 이해하는 데에도 필수적입니다.” Weisberger는 말을 이었다. “우리는 대중이 과학을 이해하고 인지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해왔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과학 교류(science communication) 그리고 과학 소개(science storytelling)하기가 실제로 이런 믿음을 재정립하는데 효과적인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이 글은 아래의 기사를 번역한 것입니다.>

Hannah Thomasy, 2025, How tiny organisms control minds, create Zombies, and shape ecosystems. The Scientist Apr 16, 2025

<원 기사의 참고문헌>

1. Gowda V, et al. Manipulative neuroparasites: Uncovering the intricacies of neurological host control. Arch Microbiol. 2023;205(9):314.

2. Litwin A, et al. Entomopathogenic fungi: Unconventional applications. Rev Environ Sci Biotechnol. 2020;19(1):23-42.

3. Nordio S, et al. Parasitoid wasp venom manipulates host innate behavior via subtypespecific dopamine receptor activation. J Exp Biol. 2022;225(6):jeb243674.

4. de Bekker C, et al. Species-specific ant brain manipulation by a specialized fungal parasite. BMC Evol Biol. 2014;14:166.

Use it or Lose it.
Use your brain, your muscle, your sense for your better life. ​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