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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식약청이 허가한 강력한 새로운 진통제

모든 약 중에서 가장 잘 팔리는 약은 뭐니뭐니해도 바로 진통제(pain killer) 입니다. 소염진통제 중에는 스테로이드 계열이 가장 효과가 좋고 오래전부터 이용되어 왔죠. 하지만 아다시피 부작용이 심해 어쩔 수 없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더 이상은 권장할 만한 약이 아니라는 것은 상식이 되었습니다. 그 다음 선택은 NSAID계열인데, 이름 그대로 비스테로이성 항염제(Non-Steroidal Anti-Inflammatory Drug)로 주로 프로스타글란딘 합성 억제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 중에는 타이레놀(아세토아미노펜) 처럼 프로스타글란딘과는 관계가 없는 경우도 있죠. 부작용이 심하고 진통효과가 약하다는 단점이 있죠. 그 다음은 통증이 심하면 모르핀계열의 마약성 진통제(opioid)를 사용하게 됩니다. 워낙 효과가 좋아 전쟁 중에 중상을 입은 군인들이 통증을 잊게 만들 정도 입니다. 하지만 마약계열의 진통제는 자칫 마약 중독이라는 엄청난 대가를 치루게 됩니다. 더 이상 통증이 없을 때에도 자신도 모르게 마약진통제에 손을 대개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아래 소개된 새로운 종류의 진통제가 어쩌면 마약이 큰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현대사회의 게임 체인저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치과치료를 받을 때 잇몸에 간단한 주사 몇 번을 맞으면 피가 철철 날 정도로 심각한 수술을 했음에도 전혀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물론 입술도 마비되어 말이 어눌해지고 침을 흘리는 불편을 감수해야 하지만 말입니다. “와 이 진통제는 뭐지?” 하며 놀라워했던 기억이 납니다. 후에 알아보니 소듐(나트륨) 통로 차단제(Na+ channel blocker)리도카인(lidocaine) 이란 것을 알게 되었죠. 어쩌면 너무도 당연한 일입니다. 모든 신경신호는 소듐통로를 이용해 전달 되기 때문이죠. 신경신호가 차단되니 통각도 막히고 감각 신경, 운동 신경 다 막히게 되는 겁니다. 그래서 이 소듐통로 억제제들은 전신 투여를 할 수 없는 맹독인 것이죠. 그런데 모든 소듐통로가 같은 게 아닙니다. 통각신경에서만 발현되는 소듐통로가 2000년대 초에 발견되었으니 전신 투여가 가능한 진통제를 개발할 가능성이 보인 것입니다. 그게 상당히 오래전인데 이제야 그 연구성과를 보는 것 같습니다. 매출이 기대되는 새로운 진통제일 뿐 아니라 앞으로 만성통증이나 마약 금단현상을 줄일 수 있는 약으로 더 개발될 것으로 기대해 봅니다.

미국FDA의 수제트리진(suzetrigine) 대한 허가는 소듐통로(Na+ channel)에 대한 약물개발에 대유행을 불렀다.

Terp Vairin은 2023년 휘어진 코를 교정하는 수술을 한 후 깨어났고 코를 한대 맞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마취가 풀리면서 통증을 완화할 수 있는 약을 달라고 외쳤고 그 후 산뜻한 경험을 하게 된다. 그녀가 받은 약은 새로운 임상실험의 일환으로 투여 받은 신약으로 일반적인 마약류 진통제가 보이는 어지럼증이나 구토를 유발하지 않고도 잘 작용했다.

“아주 맑은 기분이었어요.”라고 Geogia주 Decatur 출신의 예술가인 Vairin은 말했다.

이제 수 백만명의 사람들이 이 새로운 진통제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이 진통제는 수제트리진(suzetrigine)이라 불리는 통각신경의 소듐(Na+) 통로 차단제로 마약류 수준의 진통효과를 갖으며 중독이나 진정상태 또는 과다복용 등의 문제를 갖지 않는 약이 될 것이다. 지난 주 미국의 식품의약청은 suzetrigine을 단기 진통제로 허가하였다. 이는 20여 년 만에 새로운 기전의 진통제를 허락한 것이다.

통증치료 전문가들은 이 새롭고 안전한 마약류 대체 진통제를 환영하고 있다. 마약류는 최근 미국에서 발생하고 있는 과다복용에 의한 사망의 폭증에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제약 관계자들은 이를 Na+ 통로에 대한 약품개발에 대한 승인으로 여기고 있다. 이는 그 동안의 제약회사들의 온갖 노력을 오래 전에 배신했던 전략이 성공할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이건 큰 발전입니다.” the Yale School of Medicine in New Haven, Connecticut의 신경과학자인 Stephen Waxman의 말이다.

“마약류 의존을 줄일 수 있는 수단에 보탬이 된다면 어떤 것이라도 우리에겐 상당히 도움이 되는 것입니다.” the Cedars-Sinai Medical Center in Los Angeles, California의 마취 전문가이며 suzetrigine의 개발에 참여하기도 했던 Paul White의 주장이다.


특이성을 찾아서

상표명 Journavx로 정해진 Suzetrigine은 사실 소듐통로를 표적으로한 첫 진통제는 아니다. Procaine(Novocain)이나 lidocaine은 이미 한 세기 이상 국부마취제로 잘 사용되어 왔다. 하지만 소듐통로는 9 가지이며 이 오래된 약들은 이들을 모두 막아 버린다. 그래서 이들은 국부적으로 주사나 크림의 형태로만 처리 해야 부작용을 막을 수 있는 것이다.

선택적 약품의 발견에 대한 추적은 1990년대에 통각신경에 주로 나타나는 3 가지 소듐통로가 발견되면서 이다. 즉, 이들에 대한 선택적 억제제는 심장이나 뇌에서는 거의 활성이 없기 때문에 아마도 활씬 적은 독성과 중독 가능성을 갖을 것으로 예상되었다.

소듐통로는 마치 자동문과 같다. 신경세포를 통해 오는 소듐 통과 신호에 따라 개폐가 결정된다. 이에 따라 뇌에 통증을 느끼게 하는 일련의 신경신호가 시작되는 것이다.

대부분의 노력은 Nav1.7라고 부르는 부류의 통로를 표적으로 삼아 약을 개발하였다. Waxman은 이를 처음 통증 신호를 이용해 불을 내는 발화장치와 같다고 했다. 이는 불을 지피는 역할을 하는 또 다른 부류인 Nav1.8을 활성화한다. 이는 신호를 확대하는 불쏘시개 역할을 하여 강화된 신호를 반복적인 신경신호의 형태로 척수의 신경으로 보내며 궁극적으로는 뇌로 전달한다. 또 다른 부류인 Nav1.9는 신호의 강도와 시간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2000년대 들어 유전체 연구를 통해 소위 “man on fire (만성통증환자)”증세와 통증을 못 느끼는 무통증인 사람들을 연구하여 Nav1.7이 통각에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Waxman에 따르면 이때는 마치 대부분의 자본과 관심을 모두 싹쓸이 하는 상황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제약업계의 이러한 노력은 실망스러운 임상결과로 나타났다.

한편 Nav1.9는 연구하기도 표적으로 삼기도 어렵다는 것이 알려졌고, 관심은 Vertex Pharmaceuticals of Boston, Massachusetts를 중심으로 Nav1.8로 쏠리게 되었다. 이 회사는 앞서 두 가지 약품에 대한 임상을 진행한 후 suzetrigine (VX-548로 불리우던 것이다)에 집중하게 된다. 이 성분은 다른 Na 통로에 비해 Nav1.8에 대해 약 30,000배의 억제효율을 갖는 것이 알려졌다.

“VX-548은 뜬 굼 없이 발견되었죠,” Cambridge, UK의 의약품 개발 전문가인 Marc Rogers의 말이다.


개선된 통증완화

Vairin을 포함해 임상 3단계에 참여했던 환자들의 80%가 그들의 수술이나 외상 후 통증 완화에 효과적이었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발가락 내측 돌출부 절제수술(bunion removal)이나 지방흡입술을 한 환자들은 suzetrigine이 마약류 진통제의 수준으로 진통효과를 보였고 부작용도 훨씬 적었다고 한다. Vertex사와 협력업체들은 이를 지난해 열린 주요 마취협회에서 발표하기도 했다.

“우리에겐 아주 흥분되는 일이었습니다.” The University of California, San Diego의 통증전문의 이며 이 발표의 공동 저자이기도한 Jessica Oswal는 말했다. 비록 이 약이 때때로 구토, 두통, 어지럼증, 변비를 유발하지만 “이는 잘 넘어갈 수 있었다.”고 Oswald는 말했다. 이로서 마약류 진통제에 의존해야 했던 환자들에게 대체 또는 더 선호될 약품이 가능해진 것이다.

하지만 suzetrigine이 마약류 진통제를 완전히 대체 할지는 단순히 임상 결과만으로 결정되지는 않을 것이다. “이는 약품의 가격에 달려있죠.”라고 the Duke University Medical Center in Durham, North Carolina의 마취전문가인 Ashraf Habib가 말했다.

Vertex사는 한 알에 $15.50의 가격을 매겼고 이는 지난 달 독립적인 분석기관의 결과에 따르면 마약류 진통제에 비해 비싼 값이지만 마약중독 해소를 위한 건강보험 지출비용과 연결이 된다면 충분히 낮은 가격이 될 수 있다고 한다.

Suzetrigine은 아직은 단기적인 통증에 대해서만 그 효능이 밝혀졌는데 반해- 더 안전하고 비-마약류 진통제가 필요한 분야는 만성 통증분야이다. 임상 2 단계에서 좌골신경통과 관련된 환자들의 경우 Vertex의 약은 12주 이상의 실험경과에서 유효한 통증 감소 효과를 보였다. 하지만 한 경우에서 위약과 같은 수준의 통증완화 효과를 보이기도하여 실제로 만성통증에 효과가 있는지 알아내기가 어려웠다.

다른 많은 회사들이 suzetrigine과 같은 성공을 위해 새로운 세대의 Nav1.8 억제제들을 더 발전된 임상개발을 통해 진행하고 있다.

이중 하나가 Latigo Biotherapeutics in Thousand Oaks, California에서 개발한 LTG-001이다. 이 약품은 suzetrigine보다 더 빠른 2-4 시간 안에 최대 흡수가 이루어져 빠른 약효를 보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Latigo사의 Chief medical officer인 Neil Singla에 따르면 사랑니 발치 후 환자들에게서 더 빠른 진통효과를 기대하며 실험하고 있다고 한다.

Vertex를 비롯한 다른 몇몇 회사들은 Nav1.8 억제제에 집중하는 반면 다른 일부 회사들은 Nav1.7을 표적으로 삼거나 소듐통로 외의 다른 표적을 찾는 작업을 하고 있다. Nav1.8에 대한 억제제가 이 시장을 흔들어 놓았다. “이는 이제 통증은 추적 가능한 표적이 되었다는 것입니다.”라고 Waxman은 말했다.


<이글은 아래의 기사를 번역한 것입니다.>

Elie Dolgin, 2025, US drug agency approves potent painkiller — the first non-opioid in decades. Nature News 31 January 2025. doi: https://doi.org/10.1038/d41586-025-00274-1

<원 기사의 참고문헌>

1. Yang, Y. et al. J. Med. Genet. 41, 171–174 (2004).

2. Cox, J. J. et al. Nature 444, 894–898 (2006).

3. Osteen, J.D. et al. Pain Ther ., https://doi.org/10.1007/s40122-024-00697-0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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